솔직히 저는 시장이 좋을 때 제일 불안합니다. 주변 모두가 수익을 이야기하고, 증권 앱을 열 때마다 계좌가 파랗게 물들어 있을 때가 오히려 그렇습니다. 최근 한 달 반 동안 코스피는 마치 몇 년치 상승분을 한꺼번에 토해낸 것처럼 움직였습니다. 반도체 마진은 80%를 넘어섰고, 목표 주가는 계속 상향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럴 때일수록 제 머릿속에선 "과연 여기서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맴돕니다. 이 글은 상승장 한가운데서 느낀 제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본 기록입니다.

변동성과 위험은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재무 이론에서는 가격 변동성을 위험으로 정의하지만, 실제 투자자가 두려워해야 할 진짜 위험은 영구적 자본 손실입니다. 제가 과거에 겪었던 손실 중 가장 아팠던 건 주가가 10% 빠졌을 때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손실을 확정했을 때였습니다.
흥미로운 비유가 있습니다. 할머니가 복권을 선물로 주면 그건 불확실한 것이지 위험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천 원을 주고 복권을 사면 그건 위험한 겁니다. 천 원을 잃을 가능성이 생기니까요.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시장을 보면 많은 분들이 이 둘을 혼동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주가가 오르니까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착각하시는데, 실은 정반대일 수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경험한 일인데, 몇 해 전 AI와 2차전지 테마가 동시에 불붙었을 때 한 달 만에 연간 목표 수익률을 달성했습니다. 그때 저는 제 종목 선택 능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시장이 전체적으로 밀어 올려 준 것이었습니다. 매수 버튼만 누르면 수익이 났고, 손실은 금방 복구됐습니다. 문제는 그때 포지션이 계속 커졌다는 겁니다. 현금 비중은 점점 줄어들었고, "이번엔 구조적 성장이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락했을 때, 저는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시장은 이미 그보다 더 좋은 미래를 가격에 반영해 뒀다는 것을요.
기대수익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 나옵니다. 삼성전자가 5만 원일 때는 하단이 제한적이었습니다. PBR이 낮았고, 10만 원만 가도 두 배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19만 원에서는 어떨까요? 같은 보상 비율을 얻으려면 30만 원은 가야 합니다. 그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여기서 숫자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시장의 낙관론은 반도체 마진이 계속 유지될 거라는 전제에 기반합니다. 디램 마진이 80%까지 올라왔는데, 여기서 90%로 더 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증설이 시작되면 마진은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 2018년에 반도체 PER이 네 배도 안 됐던 이유는, 반도체가 시크리컬한 산업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진을 벌었다가 증설이 되면 마진이 마이너스까지 가는 사이클이었죠.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숫자를 보면 고민이 생깁니다.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현금흐름을 보면, 2026년 4분기가 되면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고는 프리캐시플로우가 마이너스로 돌아섭니다. 많은 분들이 "그럼 채권 발행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는데, 현재 금리 수준에서 과연 무한정 조달이 가능할까요? 제가 봤을 때 이건 단순히 낙관할 문제가 아닙니다. 반도체를 사 줄 기업들의 돈줄이 흔들리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주문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이 준 수익을 제 능력으로 착각했던 순간
제가 과거에 저질렀던 가장 큰 실수는 시장이 먹여 준 수익을 제 능력으로 착각한 것입니다. 계좌가 오를 때는 종목 선택 안목이 좋아졌다고 생각했고, 추세를 탄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실적 발표 이후 급락을 맞았을 때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계산하지 않았던 건 기대수익률이었습니다. 이미 두 배 오른 종목에 다시 들어가면서도 상단만 상상했고, 하단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상승장에서는 추세 추종 전략이 가장 각광받습니다. 실제로 요즘 같은 장에서는 상한가 따라잡기만 해도 수익이 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전략은 언젠가 급격한 조정을 만나면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제가 추세 추종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저는 그보다 포지션 중심을 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후로 핵심 자산과 주변 자산을 나눠서 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길게 보고, 나머지 종목들은 탄력적으로 조절했습니다. 상승장에서도 일부 이익을 실현하고,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구간에서는 욕심을 줄였습니다. 그 덕분에 이후 변동성 구간에서 계좌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건 제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고통이 남긴 교훈 덕분입니다.
인간의 행동이 극단으로 갈 때
투자의 역사를 보면 시장은 항상 극단과 극단을 오갑니다. 그리고 그 극단을 만드는 건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행동입니다. 모두가 식당에서 주식 이야기를 하고, 은행에서 주식형 상품을 권유하고, 추세 추종 전략이 유행할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저는 이런 순간이 오히려 가장 조심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바로 그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최근 증권주 PBR이 2.6배까지 올라갔고, 미래에셋증권을 로빈후드의 밸류와 비교해야 한다는 논리까지 나왔습니다. 과거 현대차가 올라갈 때도 테슬라와 비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이런 내러티브가 나오는 순간, 저는 오히려 한 발 물러섭니다.
제가 신동아에 칼럼을 쓰면서 니체의 '선악의 저편'을 인용한 적이 있습니다. 댓글에는 악플이 잔뜩 달렸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하나였습니다. "나를 중심에 두고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올라도 내 포지션에서 무엇을 중심으로 둘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시장만 바라보고 있으면 그날그날 시장에 연동될 수밖에 없고, 그건 결국 흥분과 불안을 반복하게 만듭니다.
지금처럼 분위기가 좋은 시기일수록 저는 오히려 숫자를 다시 들여다봅니다. 마진, 현금흐름, 기대수익률. 상승장은 달콤하지만, 그 안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과거의 경험이 가르쳐줬기 때문입니다. 올해가 범피 로드의 구간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저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 변동성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지금부터라도 포지션을 점검하고 현금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모두에게 돈을 주는 듯 보일 때, 사실은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참고]
영상제목 : 너무 고민됩니다. 지금 코스피와 반도체 / 윤지호 경제평론가 (1부)
채널명 : 와이스트릿 - 지식과 자산의 복리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