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코스피가 이렇게 빠르게 6000선까지 올라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2차 전지 관련주 폭등을 경험하면서 '이번에도 그때처럼 급락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상승세는 그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계속 팔고 있지만 시장은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 이상한 상황의 실체를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외국인 매도 속 상승세, 진짜 괜찮은 건가
일반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지면 시장이 흔들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지금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현재 외국인 매도의 대부분은 알고리즘 펀드와 헤지펀드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알고리즘 펀드란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매매를 실행하는 펀드를 의미하며, 헤지펀드는 고수익을 목표로 레버리지(빌린 돈)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실제로 확인해 보니 2025년 1월과 2024년 11월에 외국인 매도가 급증한 시점이 있었는데, 이 시기는 비트코인과 금·은 가격이 급락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이들 펀드는 비트코인이나 금을 살 때 50배에서 100배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한국금융투자협회). 담보 자산이 급락하면 추가 담보를 요구받게 되고, 이때 보유 중인 한국 주식을 급하게 매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반면 블랙록과 같은 장기 투자 펀드는 최근 SK하이닉스 지분 5%를 신규로 보고했습니다. 이는 단기 자금은 나가고 있지만, 장기 관점에서 한국 시장을 보는 자금은 오히려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물갈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느꼈습니다.
기관 매수의 실체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현재 기관으로 분류되는 매수 자금의 대부분은 ETF(상장지수펀드) 자금입니다. ETF란 특정 지수나 섹터를 추종하는 펀드로, 개인 투자자들이 손쉽게 분산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입니다. 실제로 한 대형 증권사는 2024년 한 해 동안 21만 개의 계좌가 개설되었는데, 2025년 1월 한 달에만 25만 개가 넘는 계좌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자금 중 상당수가 퇴직연금과 같은 장기 자금이며, 반도체 ETF나 코스피 지수 ETF를 통해 시장에 유입되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정말 지속 가능한가
제가 과거 2차 전지 랠리 때 배운 교훈은 '논리의 유효성'과 '주가의 속도'는 별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AI 반도체 장세는 그때와는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당시 2차 전지는 미래 성장 스토리였지만, 지금 AI 반도체는 현재 진행형 실적 개선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불과 두 달 만에 거의 두 배 가까이 상향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이라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HBM이란 AI 연산에 필요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차세대 메모리를 의미합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2025년 CES에서 첫마디로 "우리는 반도체 공급 문제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술 발표가 아니라 공급 확보를 자랑한 것입니다. 이는 현재 반도체 수급이 얼마나 타이트한지를 반증합니다. 실제로 오픈 AI와 엔비디아의 투자 규모가 축소된 이유도 GPU보다 D램 확보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업계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AI 전문가들과 직접 대화해 본 결과, 대부분은 현재 AI 투자 사이클을 초기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더 많은 컴퓨팅 파워와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출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캐파(생산능력) 확대에 신중한 입장입니다. 수요가 넘쳐도 과거 반도체 불황의 경험 때문에 무리한 증설을 피하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공급 부족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조정은 언제 올까, 금리와 경기를 주목하라
저는 개인적으로 조정의 신호를 미국 국채 금리에서 찾고 있습니다. 과거 비트코인 급락이나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 논란 때도 시장이 흔들린 핵심 원인은 금리 급등이었습니다. 현재는 금리 인하 시기가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밀렸다는 정도이지, 여전히 '인하'라는 방향성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경기가 너무 좋아져서 금리 인하 필요성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이 오면 오히려 위험합니다. 금리 피봇(방향 전환)이 일어나는 과도기에는 단기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중간선거를 고려하면, 여름 전에 한 차례 조정을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선거 직전에 시장이 무너지는 것보다는 미리 조정을 거쳐 안정화시키는 편이 정치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란 리스크도 주목해야 합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물가 압력이 커지고, 결국 금리 인하가 어려워집니다. 다만 트럼프는 에너지 가격 인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유가 급등을 방치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5년 원유 생산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
조정이 오더라도 구조적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추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과거 2차 전지 때 놓쳤던 교훈은 '조정을 두려워해서 너무 일찍 나왔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산업 사이클이 훨씬 견고하고, 실적 개선 속도도 빠릅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코스피 목표치를 7,500으로 제시한 근거도 단순히 한국만 좋아서가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상승장은 과거 경험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구조입니다. 외국인은 팔지만 질 좋은 장기 자금은 들어오고 있고,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는 ETF를 통해 안정적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저는 코스피 6000을 보면서 '이제 팔아야 하나'보다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금리 급등이라는 명확한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조정이 와도 그것은 다음 상승을 위한 발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